집
어린 아이는 집을 커다란 성채라고 생각한다. 외부로부터 안전은 물론이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가족으로 여긴다. 그것이 생명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이 없다.
어린 시절 나의 성채는 왁자지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갓 말린 이불처럼 보송한 곳이었다. 이런 나의 성채가 외부인의 침입으로 무너진 적이 있다. 외부인은 침입도 모자라 나의 동생같은 강아지를 죽이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꽤 오랜시간 무너진 성채 안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결혼을 얼마 앞두고 지역의 아파트로 나가 살게 되었는데 견고한 아파트가 어찌나 든든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아파트에서 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매일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잠들기를 반복했다. 견고한 아파트로 온 후에도 여전히 무너진 성채에서 살고 있었나 보다.
‘무너진 성채를 복구해야해!’ 뇌리를 스쳤다. 그런데 ‘무엇을 먼저 고쳐야하지?’ 방법을 알 수 없던 나는 고개를 숙였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성채를 어떻게 고쳐야할까, 눈 앞이 깜깜하기만 해..’
우선 나를 돌아보기로 했다. 불편한 것은 무엇인지, 어떤 감정이 수시로 올라오는지 말이다. 혼자 할 수 없는 것은 전문인의 도움도 받았다. 그렇게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나갔다. 때로는 시멘트를 들이붓는 날도 생겼다. 그러나 그것쯤은 괜찮다. 결국은 나의 견고한 집, 성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몇년이 흐른 지금, 영화처럼 짜잔 하고 완성해 놓았다면 좋겠지만 그렇지는 못하다.
요즘은 나의 내면을 자주 돌아보는데, 이는 아마도 나의 성채에 강화유리로 된 창문을 해 넣는 작업이라 생각한다. 따수운 햇볕이 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지친 마음을 보송하게 말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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