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방학이면 엄마는 으레 우리 삼남매를 서울 사는 이모 집에 보냈다. 이모는 아들 둘이 있었는데 나보다 위로 9살, 11살이 많았다. 당시 오빠들은 대학생이었고 방학을 맞아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어린 동생들이 귀여웠는지 아니면 자신이 멋지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피자를 사주겠다고 했다.
‘야 못난이들 피자 먹어봤냐?’ 웃으며 피자를 아느냐는 식의 질문을 했다.
나는 천장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응 피자 알아’
오빠는 재차 물었다. ‘진짜 먹을 수 있어?’
이번에는 바닥을 보며 대답했다. ‘응 나 자신 있어’
피자는 알고 있지만, 먹어 본 적은 없었다. 피자는 어떻게 먹는 것인가. 쿵쾅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째깍거리는 시계와 현관 문을 한 번씩 번갈아 볼 쯤 피자가 도착했다. 피자 박스가 살짝 열리자 흘러 나온 냄새가 코 끝을 스치는데, ‘죽었다’라고 속으로 되뇌었다. 피자 조각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오빠들이 먹는 모습을 힐끗 보고 나도 한조각 집어 호기롭게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씹어보았는데 목구멍으로는 넘어가지 않았다. 시골아이인 내 입맛에는 맞지않았기 때문이다. 먹기 싫은 모습은 겉으로도 티가나기 마련이라 깨작거렸다. 엄마는 그 모습이 싫었는지 가위를 가져와 피자를 조각조각 먹기 쉽게 내어줬지만, 조각 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치즈가 뿜는 그 역한 냄새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 피자는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다. 처음의 어색함과 거부감은 사라지고 각종 다양한 피자를 섭렵하며 즐기고 있다. 치즈가 조금이라도 적게들어가 있으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지금의 글쓰기는 피자를 처음 맛보던 때와 같다. 아이디어도 없고, 매력있는 글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잘 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 시간이 지난 후 처음의 어려움은 사라지고 글쓰기 자체를 즐기고 있을 나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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