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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노트

2021.07.06. 에세이.

by Sueña. 해나 202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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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어릴적 살던 동네는 버스가 하루에 여섯대 들어온다. 첫차는 오전 7시 5분쯤, 막차는 오후 7시 40분 쯤이다. 그 중간 중간 잊을만 하면, 버스가 들어온다.

시골 동네 버스를 타본 적이 있는가. 시내에서 약속이라도 있을때면 넉넉잡고 2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버스는 여러 동네의 중요 지점을 찍고, 돌고 돌아 시내로 나가기 때문이다.

버스가 다른 동네 입구로 지날 쯤, 저 멀리 사람들이 허허벌판에 세워진 작은 정류장에 쭈뼛쭈뼛 서있다.
아마도 사람들은 행여 버스가 지나칠까 미리 나와있었을 것이다. 놓치고 나면, 그날의 절반을 기다리는데 사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다음날로 미루거나.

친구들과 한참 놀다보면 막차 시간이 애석할 때가 많았다. 아주 건전하게 7시 초반에 타야했기 때문이다. 동네에 들어오는 시간이 7시 40분이지, 출발 시간은 그보다 더 빠르다. 친구들 한창 느낌 받았을때 나는 안녕하며 떠나야 했다.

이런 버스가 들어오지 않는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겨울이다. 눈발이 날리기라도 하면, 버스는 동네 입구를 스쳐갈뿐 동네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버스가 동네 개울로 미끄러진 적이 있다. 그 뒤로 우리동네는 제외되었다. 그때부터 겨울 눈에 대한 동심은 사라졌다. 눈은 그져, 버스를 탈 수 없게 만드는 나쁜 물질이었다. 눈만 내리기만 하면, 한숨이 연이어 나오기 일쑤다. “내 소중한 버스를, 겨울내 어찌 하라구”

이제는 버스를 타지 않는다. 버스가 지나갈때면 옛 생각을 종종 할 뿐이다. 소중했던 여섯대의 버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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