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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 노트

2021.07.04. 에세이

by Sueña. 해나 2021.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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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사람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날씨가 안좋아’라며 속상함을 드러내곤 한다. 맑은 날에 비해 습하고 우중충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 입을 모은다. 특히 비가 아침부터 내린다면, 그 날의 기분을 한껏 바닥으로 끌어 내려 버린다고.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비가 오는 순간부터 비가 그칠 때 까지, ‘날씨 정말 좋다, 날씨 정말 좋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한다. 심지어 비가 멈추지 않을까 걱정할 때도 있다. 이 기분을 감출 수 없기에 몇번이고 표현해서 한껏 들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그중에 여름 날의 비를 특히 좋아한다. 한여름 더위에 지쳐 ‘한바탕 비를 내려주면 좋겠다’싶을 때의 비 말이다. 자연도 인간도 간절하게 원하는 비, 조금 뜨거워진 우리를 진정 시켜줄 시원한 비, ‘비야 시원하게 내려 이 세상의 더위를 식혀주렴’

비에 관한 이야기를 끄적이다보니, 옛 일기장에
기록해 둔 ‘시우지화時雨之化’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났다. 그날의 일기에는 ‘때 맞추어 비가 내리면 온갖 초목이 생명력을 발휘 하듯, 무엇인가 가르칠 때는 상대방의 삶을 속속들이 파악해 딱 맞는 교육을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시기 적절한 도움을 주는 사람이길’이라 적혀있다. 그 바람은 아직도 여전히 유효하다. 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오늘,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본다.

올해의 장맛비는 34년만에 가장 늦게 시작했다고 한다. 기후 변화 때문일까 조금 걱정스럽다. 과하게 내리지 말고, 아무 피해를 주지말고, 소중한 역할을 하길 바란다. 시우지화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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