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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7

2021.07.06. 에세이. 버스. 어릴적 살던 동네는 버스가 하루에 여섯대 들어온다. 첫차는 오전 7시 5분쯤, 막차는 오후 7시 40분 쯤이다. 그 중간 중간 잊을만 하면, 버스가 들어온다. 시골 동네 버스를 타본 적이 있는가. 시내에서 약속이라도 있을때면 넉넉잡고 2시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버스는 여러 동네의 중요 지점을 찍고, 돌고 돌아 시내로 나가기 때문이다. 버스가 다른 동네 입구로 지날 쯤, 저 멀리 사람들이 허허벌판에 세워진 작은 정류장에 쭈뼛쭈뼛 서있다. 아마도 사람들은 행여 버스가 지나칠까 미리 나와있었을 것이다. 놓치고 나면, 그날의 절반을 기다리는데 사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다음날로 미루거나. 친구들과 한참 놀다보면 막차 시간이 애석할 때가 많았다. 아주 건전하게 7시 초반에 타야했기 때문이다. 동네에.. 2021. 7. 8.
2021.07.05. 에세이. 불안 ‘아직 오지 않은 너에게’ 나는 그간 네가 나쁘다고 생각했어. 철저하게도 말이야. 너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수십번 했지뭐야. 늘 나를 괴롭히는 존재라고 생각했어. 네가 오려 할때 마다, 동공은 풀리고 숨은 가빠지기 시작하고, 식은땀은 이곳 저곳에서 흘러. 너는 내가 이런것을 알고 있을까. 오지도 않은 너를 원망해. 오늘의 단어에서 ‘불안’ 너를 보자마자 살짝 한숨이 나오더라. 뭐라 써야하지. 너는 내게 수 없이 많은 경험이었고, 두려움이었고, 나를 힘들게 하는 존재인데, 짧은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어느날 부터 내가 너를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 사람들이 ‘불안이란 나를 지키기 위해 드는 감정’이라는 거야. 그러니 칭찬을 해주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 2021. 7. 6.
2021.07.04. 에세이 비. 사람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날씨가 안좋아’라며 속상함을 드러내곤 한다. 맑은 날에 비해 습하고 우중충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 입을 모은다. 특히 비가 아침부터 내린다면, 그 날의 기분을 한껏 바닥으로 끌어 내려 버린다고.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비가 오는 순간부터 비가 그칠 때 까지, ‘날씨 정말 좋다, 날씨 정말 좋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한다. 심지어 비가 멈추지 않을까 걱정할 때도 있다. 이 기분을 감출 수 없기에 몇번이고 표현해서 한껏 들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그중에 여름 날의 비를 특히 좋아한다. 한여름 더위에 지쳐 ‘한바탕 비를 내려주면 좋겠다’싶을 때의 비 말이다. 자연도 인간도 간절하게 원하는 비, 조금 뜨거워진 우리를 진정 시켜줄 시원한 비, ‘비야 시원하게 내려 이.. 2021. 7. 4.
2021.07.03. 에세이 라면 아홉 살 무렵의 어느 주말, 엄마가 점심으로 라면을 내왔다. 그러나 아빠는 면이 얇고 뽀얀 국물의 국수를 드셨다. 이상하게 아빠는 항상 라면 대신 국수였다. 라면은 종류도 다양하고 때로는 까맣게 비벼먹을 수도 있는데 왜 하필 국수만 고집할까. 가족 모두가 같은 음식을 먹었으면 하는 생각에 아빠의 국수는 항상 거슬렸다. '아빠는 나이가 많아서 그래, 라면은 어린이나 먹는 음식이야'라고 치부하곤 했다. 아빠도 라면을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맛있는 라면을 말이다. 그리하여 아빠를 설득하기로 했다. '아빠, 오늘은 같이 라면 먹자, 응?' 아빠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고개를 바짝들고 말을 했다. 아빠는 아래를 내려다 보고는 씨익 웃기만했다. 몇날 며칠을 쫓아다니자 아빠는 귀찮았는지 나를 봉당에 앉혀놓고.. 2021. 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