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SMALL 나를발견하기4 2021.07.04. 에세이 비. 사람들은 비가 오는 날이면 ‘날씨가 안좋아’라며 속상함을 드러내곤 한다. 맑은 날에 비해 습하고 우중충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 입을 모은다. 특히 비가 아침부터 내린다면, 그 날의 기분을 한껏 바닥으로 끌어 내려 버린다고. 나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비가 오는 순간부터 비가 그칠 때 까지, ‘날씨 정말 좋다, 날씨 정말 좋지?’라는 말을 끊임없이 한다. 심지어 비가 멈추지 않을까 걱정할 때도 있다. 이 기분을 감출 수 없기에 몇번이고 표현해서 한껏 들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그중에 여름 날의 비를 특히 좋아한다. 한여름 더위에 지쳐 ‘한바탕 비를 내려주면 좋겠다’싶을 때의 비 말이다. 자연도 인간도 간절하게 원하는 비, 조금 뜨거워진 우리를 진정 시켜줄 시원한 비, ‘비야 시원하게 내려 이.. 2021. 7. 4. 2021.07.03. 에세이 라면 아홉 살 무렵의 어느 주말, 엄마가 점심으로 라면을 내왔다. 그러나 아빠는 면이 얇고 뽀얀 국물의 국수를 드셨다. 이상하게 아빠는 항상 라면 대신 국수였다. 라면은 종류도 다양하고 때로는 까맣게 비벼먹을 수도 있는데 왜 하필 국수만 고집할까. 가족 모두가 같은 음식을 먹었으면 하는 생각에 아빠의 국수는 항상 거슬렸다. '아빠는 나이가 많아서 그래, 라면은 어린이나 먹는 음식이야'라고 치부하곤 했다. 아빠도 라면을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 맛있는 라면을 말이다. 그리하여 아빠를 설득하기로 했다. '아빠, 오늘은 같이 라면 먹자, 응?' 아빠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고개를 바짝들고 말을 했다. 아빠는 아래를 내려다 보고는 씨익 웃기만했다. 몇날 며칠을 쫓아다니자 아빠는 귀찮았는지 나를 봉당에 앉혀놓고.. 2021. 7. 4. 2021.07.02. 에세이 집 어린 아이는 집을 커다란 성채라고 생각한다. 외부로부터 안전은 물론이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성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가족으로 여긴다. 그것이 생명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이 없다. 어린 시절 나의 성채는 왁자지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갓 말린 이불처럼 보송한 곳이었다. 이런 나의 성채가 외부인의 침입으로 무너진 적이 있다. 외부인은 침입도 모자라 나의 동생같은 강아지를 죽이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꽤 오랜시간 무너진 성채 안에서 외로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결혼을 얼마 앞두고 지역의 아파트로 나가 살게 되었는데 견고한 아파트가 어찌나 든든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르게 아파트에서 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매일 해가 뜨는 것을 보고 잠들기를 반복했다. 견.. 2021. 7. 4. 2021.07.01. 에세이 처음 방학이면 엄마는 으레 우리 삼남매를 서울 사는 이모 집에 보냈다. 이모는 아들 둘이 있었는데 나보다 위로 9살, 11살이 많았다. 당시 오빠들은 대학생이었고 방학을 맞아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어린 동생들이 귀여웠는지 아니면 자신이 멋지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피자를 사주겠다고 했다. ‘야 못난이들 피자 먹어봤냐?’ 웃으며 피자를 아느냐는 식의 질문을 했다. 나는 천장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응 피자 알아’ 오빠는 재차 물었다. ‘진짜 먹을 수 있어?’ 이번에는 바닥을 보며 대답했다. ‘응 나 자신 있어’ 피자는 알고 있지만, 먹어 본 적은 없었다. 피자는 어떻게 먹는 것인가. 쿵쾅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째깍거리는 시계와 현관 문을 한 번씩 번갈아 볼 쯤.. 2021. 7. 4. 이전 1 다음